w. 프랑
『사랑을 하면 콜록콜록』 전문은 월간 광른 3월호에 공개됩니다.
*4*
진달래 없는 진달래길
2시 15분, 메일 전송 버튼을 누른 창섭은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를 나섰다. 집 밖에 나온 김에 외식을 할까하다가 같이 먹을 사람도 없다는 사실에 금세 귀찮아진다. 그렇게 도착한 버스 정류장 건너편에는 평소보다 덜 반짝이는 초록색 간판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 시간에 가게를 보는 건 처음이네...'
일이 끝났으면 얼른 집에나 가라는 내면의 소리를 무시한 창섭은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한 것은 긴장되어서가 아니다. 문이 무거워서 잘 안 열리니까, 그래서 심호흡 한 번 깊게 하고 앞머리도 정리했다.
딸랑- 하는 종소리 대신 가게를 울리는 쿠당탕 소리에 은광이 뒤를 돌아보았다.
“아! 창섭씨, 안녕하세요. 오늘은 되게 일찍 오셨네요!! 그리고 정장 안 입으니까 대학생 같다 크크.”
“네, 퇴근을 일찍 해서요.”
가게를 몇 번째 찾은 건지, 이젠 서로 이름과 나이, 대충 뭘로 먹고 사는지도 아는 사이가 됐다.
“오늘은 어떤 꽃다발 보러 오셨어요?”
꽃다발은 창섭의 명분이었다. 안 그래도 매일 꽃집을 찾을 이유가 필요했던 창섭은 일주일에 두세번, 매일 하나씩 이름을 물어봤던 것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잠깐 들리는 거라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가장 처음 눈을 끌었던 것은 '진달래길'이라는 꽃다발이었다. 꽃을 잘 모르는 창섭이었지만 그 꽃다발에는 진달래가 없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저...은광씨' 하고 의미를 물었던 게 아마 가게에 두 번째로 들렸을 때 쯤인가. 알리움과 스노우드롭으로 만든 이 꽃다발은 자꾸만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가정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자기는 그 속에 희망 한 송이 심어두었다고. (*스노우드롭의 꽃말은 '깊은 애정'과 '희망')
“오늘은.. 이거. 'LOVE ALLERGY'. 무슨 뜻이에요?”
“아, 저건 얼마 전에 만든 건데 해바라기(숭배, 기다림)랑 칼랑코에(설렘)가 섞여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만 보면 재채기가 나는 알레르기가 있으면 어떨까 해서...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어서 어떻게든 터져 나오는 그런 거 있잖아요!”
말끝마다 웃는 모습이 정말 환한 여름꽃 같았다.
“그리고 창섭씨, 마카롱 좋아하세요? 몇 개 사둔 게 있어서...”
그렇게 창섭의 집에는 꽃다발이 +1 되었다.